함명춘(1966~ )

얼마나 무겁고 큰 것을 짊어지고 가기에
저토록 느리게 기어오르는 걸까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으니
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
그건 고뇌일 거다
그래, 지상의 고뇌란 고뇌는 모두 끌어모아
등 위에 짊어지고
나무 꼭대기에 올려놓으려 하는 거다
다시는 지상의 그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못하도록
아예 큰 구름 위에
붙들어 매어 두기 위해 기어오르는 거다

나무늘보는 왜 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것일까. 이 단순한 질문에 시인의 상상력은 돌파구를 찾는다. 느린 동작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우리 친구 나무늘보. 그러나 내가 2016년 캘리포니아 와일드 애니멀에 가서 보았던 나무늘보는 눈망울 초롱초롱 매우 총명한 모습이었다. 느리다는 건 절대 흠이 아니다. 그때 든 생각이 너무 빠른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라면. 어쩌면 나무늘보가 너무 빨라 우리가 못 보는 게 아닐지 하는 것. 그는 이미 수천 년 전에, 요즈음 우리가 아우성인 멍때리기를 실천한 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그는 아주 현명한 미래형 생물체인 셈. 그 여유로움에 다른 동물들 모두 귀 기울인 듯했다.

시인은 이 시 행간에 한 생각을 묻어두었던 것. 그것은 나무늘보가 지상의 고뇌를 지고 나무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는 것. 아예 큰 구름 위에 그것을 붙들어 매두기 위해서 기어오른다는 것이니. 애드벌룬에 매달아 둥둥 우주 공간으로 아예 날려버리면 더 좋지 않을까. 그것은 그만큼 나무가 이 지상에서 하늘에 가깝기 때문이란 것인데. 나무의 수직 상승 의지에 우리 삶의 곤궁함을 매다는 것이다. 아, 그래서 꽃들도 아래서부터 위로 피어오르는 게 아닌가. 저 하늘에 닿기 위해. 그렇다. 킬리만자로의 표범만이 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건 아니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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