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박용한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박용한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해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 간 대립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 지역 및 전공별 의료 서비스 불균형 등을 이유로 의사 양성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로 인한 의료재정 부담 증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의사 과잉 공급, 의대 교육의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의료계 간 대립이 워낙 극심하기에 이에 가려 아직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의대 증원 관련 반향이 있다. 바로 자녀를 의대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열풍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모 사교육업체의 학부모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의대 진학을 위해 지역인재전형에 유리한 지방 유학지로서 충청 지역을 선호하는 학부모가 57.8%라고 하니 이 지역의 인구감소와 인재유출 문제를 걱정해 왔던 지역민으로서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기록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와 같은 의대 광풍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입학성적을 기준으로 인기학과 순위의 변천사를 되짚어 보면 이공계열의 경우 1980~1990년대 초에는 물리학과가 가장 상위에 있었고 컴퓨터공학과, 의예과, 전자공학과, 미생물학과 등이 5순위 내에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의대가 아닌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 전공이 인기 순위 10위 내에 있었지만 2005년 이후로는 이공계열 인기학과 상위 10위를 모두 의대가 차지해 오고 있다.

대학의 인기학과 변화보다도 더 빠르게 변화하는 게 대학 밖의 사회다. 현재의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즈음에는 어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더 성공적인 진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 주인공인 아이들이 어떤 진로를 택하더라도 그것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각자의 진로에서 발휘하는 노력과 전문성이 아니라 어떤 진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사회적 대우에서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면 결코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가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렸을 적 특별한 나의 선택과 결정을 항상 존중해주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새삼 생각난다. 돌이켜 보면 배움이 짧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의 깊은 경험으로부터 말씀하셨던 것이고, 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뭐가 좋을지 모르니 네가 좋은 걸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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