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라인 그루밍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온라인 그루밍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디지털 성범죄는 사회 공동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임에도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간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8983명으로 전년 7979명 대비 13%나 증가했다. 피해자 4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카메라 등의 매체를 이용해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한 뒤 유포·협박을 자행하는 성적 괴롭힘을 일컫는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접수된 피해자수가 2018년 1315명에서 2019년 2087명, 2020년 4973명, 2021년 6952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피해 영상물에 대한 지원이 27만5520건이나 된다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전체 지원 건수 중 89.1%가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이다. 10대와 20대가 전체 피해자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가해자는 불법촬영물(몰카)을 온라인 채팅·모바일 메신저·SNS를 통해 유포하다 적발됐다. 최근에는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점차 성적 촬영물을 요구하는 디지털 그루밍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이 경종을 울렸음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외려 늘고 있다. 당국이 불법 영상물을 찾아 삭제하면 또 다른 채팅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완전 삭제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촬영물을 보고 즐기는 관음증이 사라지지 않은 한 피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성범죄는 사람의 몸과 영혼까지 송두리째 파괴하는 악질범죄다. 모든 피해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으나, 그중에서도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 피해자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예방교육을 강화해야하는 까닭이다. 온라인상의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불법 촬영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인식을 심어주는 거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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