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북대 의과대학 현장 가보니
해부학실습실 실습대 10개가 고작
정원 200명 대상 실습 진행 불가능
환경 열악 지원 요청에도 반향없어
의대교수 절반 가까이 사직서 제출
“사태 진정돼 진료 이어가길 바라”

▲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충북대학교 해부학실습실에서 교육 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Oye!뉴스 장예린 기자] 개강시즌 한 달이 넘어 학생들의 학구열로 가득해야할 강의실은 을씨년스런 분위기였다.

이와 달리 강의동 밖에는 오가는 학생이 쾌청한 날씨에 에너지를 분출하듯 활기가 띠었다.

1일 찾은 충북대학교 제1의과대학 강의실은 불은 꺼지고 문이 굳게 닫힌 채 차가운 공기만 감돌았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와 학생들로 넘쳐야 할 2층의 PBL LAB(토론식 강의실)은 비어있었다. 이곳의 한쪽 구석에는 조직학 실습에 사용하는 현미경이 있었는데 한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먼지가 가득 가라앉았다.

4층에 위치한 해부학실습실도 고요하긴 마찬가지였다. 실습실에는 10개의 실습대가 놓여있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10개의 실습대에서 보통 6명에서 8명이 모여 실습을 진행하는데 이곳에 200명이 들어오게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수업을 가르칠 교수와 시신도 4배로 늘어야 하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배 위원장은 학생들이 교육을 진행할 때 기본적인 감염방지를 위해 사용해야하는 전용장갑조차 부족해서 김장할 때 쓰는 일회용 비닐 위생장갑을 사용한다고 현재 교육환경을 전했다.

그는 "지금도 위생장갑을 쓸 정도로 의과대학의 실습환경이 열악해 계속 지원요청을 했는데도 정부에서 별로 반향이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의대 증원을 하면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교육을 위한 공간과 교수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더 없어질 것 같고, 지금 남아있는 상급종합병원 교수님들, 이분들의 사직이 더 이어질 것 같은 형태의 담화였다고 생각한다"며 "현재까지 전체 200여명의 교수 가운데 90명 가까운 인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배 위원장은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언젠가는 이 사태가 진정돼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와 함께 진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TV 생방송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이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굽히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 증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거꾸로 국민 목숨이, 국민 목숨의 가치가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인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예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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