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직 경찰간부 잠적했다가 7시간 만에 자진 출두
지역경찰 음주사실 알아도 교통사고조사반 인계해야
운전자 이탈 우려속 처벌도 어려워… 보완책 마련 필요

[Oye!뉴스 김성준 기자] 대전에서 한 경찰관이 음주 상태로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 측정 전 잠적했다 7시간여 만에 나타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경찰관이 현장에서 이탈한 배경에는 음주 사고를 처리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이 있었다.

지난 16일 오전 2시 41분경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도로에서 대전경찰청 소속 경찰관 A경위가 술에 취해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신고를 접수한 갈마지구대 경찰관은 사고 발생 4분 만인 오전 2시 45분경 현장에 도착해 A경위의 신분을 확인하고, 구두로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A경위를 상대로 진행한 음주감지기 측정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에 운전자를 인계하면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A경위가 둔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이 현장에 도착하기 3분 전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후속 교통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사고 차량을 이동하고, 파손된 차량 부품 등을 치우고 있는 사이에 발생한 일이었다.

둔산서 교통사고조사반은 112 최초 신고 접수 이후 22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A경위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지역경찰과 경찰서 교통경찰 도착 시간 달라 ‘운전자 현장 이탈’ 우려

대전경찰청은 교통사고 신고가 접수되면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지역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한 뒤 음주운전이 의심될 경우 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이 후속 출동해 음주 측정하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최초 신고가 음주 교통사고로 접수될 경우 지역경찰과 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 모두에게 출동 명령이 떨어지지만 이번 사건처럼 일반적인 교통사고로 신고된다면 지역 경찰만 출동하게 된다.

결국 지역경찰이 현장에서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아내도 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음주를 측정해야 한다는 제도적 허점이 발생한다. 지역경찰이 현장에서 교통사고조사반을 기다리는 동안 운전자는 얼마든지 현장 이탈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대전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의 음주를 감지했다고 해도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조사반이 올 때까지 현장에서 기다려야 한다”면서 “사고조사반이 바로 오면 다행이지만 다른 교통사고 때문에 늦게 올 경우 운전자와 함께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잠적해도 발견·처벌 어려워

운전자가 음주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라져도 빠르게 발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운전자에게 연락하거나 주거지에 찾아가 수색하지만, 사고를 낸 차주 다수는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 역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사고 현장 주변을 1시간가량 수색한 뒤 주거지까지 찾아가 수색을 벌였지만 A경위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A경위는 사고발생 7시간여 만인 16일 오전 9시30분경 둔산서에 자진 출석해 음주 측정에 응했다. A경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정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측정을 피해 도망간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경찰관이 음주단속에 대해 3차례 이상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주 측정 거부’ 혐의를 적용할 수 없고, 체포된 상태가 아닐 경우 ‘도주죄’를 묻기도 어렵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업무 처리의 효율성과 지역경찰 업무경감 차원에서 시행된 시스템인데 이번 사건을 통해 문제가 발견됐다”면서 “보완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둔산경찰서는 A경위를 음주운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김성준 기자
대전경찰청.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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